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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역설: AI 시대, 메모리 부족 문제는 피할 수 없는가?

by MoniBig 2025. 11. 20.

AI 메모리 부족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반도체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입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필요한 파라미터 수와 데이터 양이 빠르게 늘어났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메모리는 오히려 물리적·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메모리 용량이 작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AI 모델이 성장하는 방식 자체가 메모리 부족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AI 시대에 메모리 부족이 불가피한 흐름으로 나타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메모리 부족은 반복된다

AI 모델은 파라미터(학습된 정보)를 메모리 위에 그대로 올려두고 연산합니다. GPT-3만 해도 약 175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메모리 용량은 수백 GB에 달합니다. 최신 모델들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를 갖고 있어 자연스럽게 메모리 요구량도 폭증합니다.

문제는 AI 모델이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식이 ‘파라미터를 늘리는 확장’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모델이 커지면 성능이 좋아지고, 성능이 좋아지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다시 모델 크기를 크게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이 이뤄집니다. 이 반복 구조 때문에, 메모리를 늘리면 잠시 여유가 생겨도 더 큰 모델이 등장하면서 다시 메모리가 부족해지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기술 발전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부족 현상을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셈입니다.

HBM은 빠르지만 용량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AI 연산을 처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메모리는 GPU에 탑재된 HBM(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HBM은 데이터를 여러 줄로 동시에 읽고 쓸 수 있어 연산 속도에 큰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용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단점도 있습니다. HBM은 칩을 여러 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층을 늘릴수록 발열과 제조 난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현재 최신 GPU 한 장에 들어가는 HBM 용량은 약 80GB 정도이며, 대규모 AI 모델이 요구하는 수백 GB 혹은 그 이상의 메모리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합니다. HBM 속도는 향상되지만 용량은 물리적 제약에 가까워지고 있어, AI가 필요로 하는 메모리 요구량을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속도는 빨라지지만 용량은 쉽게 늘릴 수 없다’는 점이 AI 메모리 부족을 반복시키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GPU를 여러 장 묶어도 새로운 메모리 부족이 생긴다

메모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GPU 여러 장을 묶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사용하는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도 예상과 달리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 부족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GPU가 늘어날수록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데이터가 크게 증가하고, 이 통신을 처리하는 데 추가적인 메모리와 대역폭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GPU 8장에서 64장으로 확장하면 연산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통신 오버헤드로 인해 필요한 메모리 양이 훨씬 더 늘어납니다. GPU 수가 많아질수록 메모리 효율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게 메모리 부족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메모리를 늘리기 위해 GPU를 늘렸는데, 그 결과 또 다른 형태의 메모리 부족이 생기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AI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메모리 부족은 더 심해진다

AI 모델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 또한 메모리 부족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4K·8K 표준의 고해상도 자료까지 사용되면서 중간 연산 값을 저장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양은 훨씬 더 커졌습니다. 특히 이미지 생성 모델은 각 단계마다 ‘특징 맵(feature map)’이라는 중간 결과를 메모리에 저장해야 하며, 이는 한 번의 연산에서도 상당한 용량을 차지합니다.

데이터가 폭증하면 모델을 작게 만들어도 메모리가 빠르게 차오르게 되고, 모델을 크게 만들면 말할 필요도 없이 메모리 부족이 더 빨라집니다. 이처럼 데이터 증가와 모델 확장은 동시에 메모리 부족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결론 – AI 시대의 메모리 부족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AI 메모리 부족은 단순히 하드웨어 용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AI 모델이 발전하는 방식과 반도체 기술의 구조적 한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모델이 커질수록 필요한 파라미터가 늘어나고, 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HBM은 용량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GPU 여러 장을 묶어 사용해도 새로운 메모리 부담이 생깁니다. 여기에 데이터 증가까지 겹치면서 메모리 부족은 일종의 ‘반복되는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모델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한 데이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메모리 부족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메모리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AI가 요구하는 속도를 반도체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따라잡을 수 있느냐일지도 모릅니다. AI 시대의 메모리 부족은 해결해야 할 장애라기보다,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징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