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AI 인프라 확산을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과도기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전체 시장 규모가 9,7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메모리 부문이 3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특히 HBM3E와 HBM4를 모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SK하이닉스의 역할이 시장 재편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HBM 슈퍼사이클의 본격화와 시장 구조 변화
BofA(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6년을 "1990년대 호황기와 유사한 슈퍼사이클"로 정의하며 글로벌 D램 매출이 전년 대비 51%, 낸드는 45%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SP(평균판매단가)는 D램 33%, 낸드 26% 상승이 예상됩니다. 메모리 시장 규모는 4,4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 중 HBM 시장은 546억 달러로 전년 대비 5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는 표현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1990년대 슈퍼사이클은 PC 보급이라는 광범위한 수요 기반 위에 구축되었지만, 2026년 사이클은 소수 AI 고객에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지적한 ASIC(주문형 반도체) 기반 AI 칩향 HBM 수요의 82% 급증은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집중도가 높습니다.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서버 투자 확대는 서버 한 대당 D램과 HBM 탑재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eSSD(기업용 SSD) 등 스토리지 수요도 함께 늘어나며 AI 인프라 전체에서 메모리·스토리지 비중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일부 전망에서는 2028년 HBM 시장 규모가 2024년 전체 D램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이러한 성장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빅테크 CAPEX 지속성, 금리 환경, AI 수익화 속도 같은 거시 변수들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2026년 이후에도 동일한 투자 모멘텀이 유지된다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 리더십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 구도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HBM 출하량 점유율 62%로 1위, 3분기 매출 기준으로도 57%로 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소 2026년까지 SK하이닉스가 HBM3·HBM3E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전체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26년 HBM 시장에서 주력 제품은 HBM3E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Blackwell Ultra(블랙웰 울트라)' 시리즈와 구글, 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SIC 기반 AI 칩이 HBM3E를 최적의 솔루션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주요 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기준 HBM 전체 출하량에서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3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UBS는 "SK하이닉스가 구글의 최신 TPU(Tensor Processing Unit)인 v7p 및 v7e의 HBM3E 첫 번째 공급사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빅테크 고객사 내 입지를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확보했으며, TSMC와의 패키징 기술 협업 강화, 청주 M15X Fab(팹) 구축, HBM 전담 기술 조직 신설,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 및 글로벌 생산 인프라 구축 등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HBM3E·HBM4 양 세대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전제는 강력하지만, 고객사들의 멀티벤더 전략이나 패키징 캐파시티 변동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습니다. UBS가 2026년 엔비디아의 차세대 'Rubin(루빈)' 플랫폼에 탑재될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70%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긍정적이나, 경쟁사들의 기술 추격 속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AI 인프라 확장과 범용 메모리 시장의 선순환 구조
AI 인프라 확대는 단순히 HBM 시장만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범용 메모리 시장 전체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HBM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범용 D램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투자 기관들은 2026년 서버용 DDR5 모듈 수요가 HBM과 함께 D램 시장의 양대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낸드플래시 역시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eSSD를 중심으로 성장이 전망됩니다. 서버·데이터센터용 메모리가 특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AI 인프라 전체에서 메모리·스토리지 비중이 구조적으로 커지는 양상이 뚜렷합니다. 이는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장기적 리스크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부 시장조사기관과 외신은 2026년 이후 HBM 가격이 경쟁 심화와 생산능력 확대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후발 업체들의 D램 생산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관련 규제 이슈는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시장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입니다.
현재로서는 고성능 HBM 분야에서 기술적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많아 단기간에 시장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격 조정, 경쟁 심화, 지정학 이슈가 "단기간 급변 가능성은 낮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기에는 하방 시나리오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2026년은 HBM3E가 '황금 표준'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HBM4와 범용 메모리가 중장기 성장 궤적을 설계하는 전환기가 될 것입니다.
202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인프라 확대와 HBM3E 중심 수요, HBM4로의 점진적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도기입니다. SK하이닉스는 양산 경험과 고객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나, 고객사 전략 변화와 거시 경제 변수, 경쟁 심화 등 다층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일 기업 중심 낙관론보다는 시장 구조 변화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요구됩니다.
[출처]
2026년 시장 전망… "HBM이 이끄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주목"/SK hynix Newsroom: https://news.skhynix.co.kr/2026-market-outlook/